Kyoto Styudy

교토로의 유학을 생각하고 계신 분 교토에서 유학중이신 분

STUDY KYOTO MAGAZINE

타이베이의 지하철에 대입하여 바라본 교토: 유학 생활을 통하여 도시의 스케일을 느 끼는 법을 다시 배우다

타이베이의 지하철에 대입하여 바라본 교토: 유학 생활을 통하여 도시의 스케일을 느 끼는 법을 다시 배우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Study Kyoto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몇 장의 그림을 조금씩 올려 왔다.

그림 자체는 사실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타이베이·가오슝·타이중의 지하철 노선도를 교토시의 지도 위에 겹쳐 놓고, 하나의 주요 역을 기준점으로 삼아 위치를 맞춘 뒤, 축척만을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그 외에는 특별히 가공한 부분이 없 다.

교토 주택가의 조용한 거리(사진: 백)
그림 1 타이베이 MRT 노선도를 교토의 베이스맵 위에 겹친 그림
처음에는 매우 개인적인 의문에 답하기 위해 만든 그림이었다.

교토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는 이 도시에서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를 잘 판단할 수가 없었 다. 교토의 거리 풍경은 분명 걷기에 매우 적합하지만, 유학 생활의 여러 일정을 이어가며 움직이는 가운데, 지도상의 거리와 몸으로 느끼는 거리 사이에는 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긋남이 있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인터넷에 올려 보니, 타이완으로부터의 반응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친구로부터는 "Threads나 Instagram, Facebook에서 누군가 공유하고 있는 걸 봤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교 토라는 도시의 스케일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개중에는 "교토가 이런 도시였 구나"라고 댓글을 남긴 사람도 있다.

그때,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이것은 사실 교토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언어화되지 않았 던 질문에 닿아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낯선 도시에 발을 들였을 때, 도대체 어떤 "척도"로 그 도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교토에 막 도착했을 무렵, 내가 가장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은 사실 "거리"였다.

교토에서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나는 매일같이 아주 작은 판단을 반복하고 있었다.

집을 나서기 전,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며 항상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오갔다. 이 길은 걸어야 할까. 지도로 보면 그렇 게 멀지 않지만, 실제로 걸으면 30분쯤 걸리지 않을까. 만약 전철을 탄다면, 환승이 오히려 더 번거롭지 않을까. 역에서 내린 뒤에 결국 또 꽤 걸어야 하는 건 아닐까. 걷는 것이 다음 일정을 향한 체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혹은 지친 채로 조금 볼품없는 모습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들 자체는 결코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떠올랐다.

처음에는, 나는 이것을 단지 새로운 환경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오래 살다 보면 자연 스럽게 이 도시의 리듬을 익힐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형태로 계 속 남아 있었다. 어떤 장소는 직감적으로는 도무지 “조금 멀다”고 느껴지는데, 실제로 걸어 보면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고 느낀다. 반대로 전철로 가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장소라도, 막상 타 보면 이동이 잘게 끊어져 버린 것처럼 느껴 지기도 했다.

머지않아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이것은 교토 특유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거리에 대한 감각”이 이 교토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타이완에서 오래 살다 보면, 우리의 거리에 대한 이해는 사실 매우 구체적이 된다. 지하철로 몇 정거장이면 먼 것인지, 어느 구간이라면 걸을 수 있는지, 어디서부터는 교통수단을 타야 하는지. 이런 판단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자 연스럽게 해 버린다. 이 직감은 지하철을 오래 사용해 오는 가운데 서서히 길러진 것이다. 역과 역 사이의 거리는 몇 번 이고 확인되고, 몸에 흡수되어, 이윽고 매우 안정된 스케일 감각으로 자리 잡아 간다.

그런데 교토에 도착하자마자, 이 시스템이 갑자기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지도는 읽을 수 있고, 목적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안다. 그런데도 마음속에서 “딱 알맞은 거리”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너무 신중하면 이동이 잘게 끊어져 일정 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무리해서 걸으면, 하루의 끝에는 피로가 남는다. 그 어느 쪽도 아닌 어중간한 감각은, 사실 매우 근본적인 곳에서 오는 것이었다.나는 아직, 이 도시에 맞는 “거리 감각”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거리 감각”은 곧바로 좌절감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생활을 꾸려 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필요 이상으로 일찍 집을 나서게 되고, 실제보다 많은 이동 시간을 어림잡게 된다. 약속을 하나 더 잡을지 망설이는 일도 늘 어난다. 이동만으로 체력을 다 써 버리는 건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세한 조정들은, 실은 아직 안정되지 않 은 거리 감각을 조금씩 보정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어떤 명소가 있고 어떤 노 선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를 다시 한번 몸으로 배우 는 일인 것이다.

나중에, 그때의 헤매던 나날들을 되돌아보면, 그것은 사실 매우 필요한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기 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어야 비로소, 사람은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거리를 사용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지하철 노선도를 교토의 지도 위에 겹쳐 보자고 생각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교토 주택가의 조용한 거리(사진: 백)
교토 주택가의 조용한 거리(사진: 백)

나는 왜 지하철 노선도를 교토의 지도에 겹쳐 보려고 했는가.

실제로 내가 작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영감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이 몇 번이고 말 로 교토의 거리 감각을 설명하려 하다가, 늘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데에 있다. 타이완 친구와 이야기할 때, 나는 “사 실 많은 장소를 걸어서 갈 수 있어”라고 설명하지만, 상대는 대개 “대략 얼마정도 걸리는데?”라고 되물어 온다. 시간으 로 답해 본 적도 있다. “대략 20분쯤 걸을까”라고. 하지만 그 숫자 자체는, 그곳에 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역시 매우 추상적인 것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추상적인 의미를 찾기보다는, 누구나 잘 아는 직관적인 도구를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 각했다. 나에게 있어 그 가장 직관적인 도구가 지하철이었다.

나는 지하철을 사용해 도시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려 한 것도 아니고, 어느 도시의 시스템이 더 발전했는지를 비교할 생 각도 없었다. 다만 하나 분명한 것은, 나 자신이 지하철의 스케일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거의 생각하 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신체적인 감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익숙한 공간 구조를 그대로 교토의 지도 안에 놓 아 보기로 했다.

작도할 때, 나는 의도적으로 몇 가지 제약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우선, 가장 상징적인 역 하나만을 기준으로 위치를 맞추고, 다른 위치는 조정하지 않는다. 모든 도시에서 완전히 같은 축척을 사용한다. 그리고 공백 부분은 그대로 남기 고, 채우거나 보기 좋게 다듬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조건 속에서 이 도시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에 대하여 알고 싶었다.

타이베이의 지하철을 교토에 겹쳤을 때, 갑자기 “많은 장소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완성된 것은 타이베이의 노선도였다.

타이베이 지하철 노선도를 교토시의 지도 위에 겹치고, 타이베이역과 교토역을 정확히 맞춘 그 순간, 나는 한참을 멈춰 서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어딘가 모호했던 감각이 단번에 구체적인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공감적인 모호성이 점점 확실성을 갖게되는” 경험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매우 타이베이적인 방식으로, 교토에서의 일상적인 행동 반경을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나는 줄곧 타이베이와 신베이의 도시권에서 살아왔다. 타이베이의 지하철 시스템은 나에게 있어 거의 몸에 새겨진 척도의 도구와도 같다. “세 정거장”이 대략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도 알고 있고, “한 번 환승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나 심리적·신체적 비용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훈련되어 온 공간 감각을 그대로 교토에 적용해 보자, 그동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위화감의 많은 부분이 갑자기 비교할 수 있는 언어 를 갖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타이베이의 기준으로 보면 교토 시 중심부의 활동 범위는 사실 고도로 압축된 지하철 주요 지역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만 이 주요 지역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역할은 도보와 자전거, 그리고 치밀하고 정확한을 깨닫게 된다. 다만 이 주요 지역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역할은 도보와 자전거, 그리고 치밀하고 정확한버스운행이 중심이 되어 있었다. 거리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른 점은 결국 “사람들이 그 거리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냐는 점”이었다. 교토는 결코 거리가 특별히 먼 도시가 아니다. 다만, 이 도시는 거리를 서둘러 좁히려 하지 않을뿐이다

타이베이에서 지하철은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인프라이다. 도로가 보행자에게 불친절한 상황 속에서, 지하철은 타이베이 도시 생활의 주요 선택지가 되어 왔다. 그것은 통근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매일 왕복할 수 있는 편리한 생활권이란 무엇인가” 를 알게 해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지역 간 이동은, 사실은 지하철이 대신 거리의 비 용을 계산하여 준다는 전제 위에서 성립하고 있었다.

교토 주택가의 조용한 거리(사진: 백)

반면 교토는 거리를 지표면 위에 그대로 남겨 두는 도시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로 걷고, 버스를 기다리고, 때로는 망설
이며 그 거리와 직접 마주한다. 이것은 단순히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을 구성하는 방식의 차이다.

타이베이의 노선도를 빌려 교토를 다시 바라보자, 나는 더 이상 “왜 여기는 지하철이 없을까”라고 성급하게 묻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서둘러 줄이려 하지 않는 도시에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방식으로 짜여 있을까.

그 답은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선택 속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10분을 덜 걷기 위해 목적 지를 바꾸는 일이 있을까. 돌아오는 길이 멀다는 이유로 하루 일정을 일찍 마무리하는 일이 있을까. 혹은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필요한 생활 기능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 일이 있을까.

타이베이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그다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지하철이 이미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그 러나 교토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이 매일 새롭게 되돌아온다.

그래서 타이베이의 노선도를 교토의 지도 위에 겹쳐 보면, 오히려 두 도시가 각각 어떤 선택을 해 왔는지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타이베이는 속도를 통해 자유로운 이동 범위를 얻은 도시이고, 교토는 거리를 통해 생활의 경계를 지켜 온 도시 다.

이러한 이해는 어떤 공식 도시계획도에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두 도시를 무리하게 겹쳐 본 몇 장의 생활 지도에서 비롯 된 것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도시의 척도란 단순한 공간 설계의 결과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이동하는 법을 배우고, 시간을 짜고, 생활을 상상해 온 방식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그 척도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많은 판단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어느 구간은 걷는 것이 자연스럽고, 어디부터는 교통수 단을 타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런 판단은 더 이상 막연한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마침 그 무렵, 나 는 깨달았다. 이 그림들은 어쩌면 나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가오슝 버전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비로소 만들어졌다.

타이베이 그림을 공개한 뒤, 사실 나는 곧바로 다음 그림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메시지가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 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솔직하게 “그럼 가오슝은 어떻게 돼?”라고 물었다. 또 다른 사람은 “타이베이 지하철은 잘 모르는데, 다른 도시로도 비교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이베이의 공간 감각”을 표준처럼 다루지만, 많은 타이완 사람들에게 그것은 결코 일상적인 기준이 아니 라는 점이다. 타이베이 중심의 공간 이해 방식은 어쩌면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경험을 가려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가오슝 버전을 만들기로 했다.

図2 高雄MRT路線図を京都のベースマップ上に重ねた図
그림 2 가오슝 MRT 노선도를 교토의 베이스맵 위에 겹친 그림

이번에는 메이리다오역을 중심점으로 삼아 그것을 교토역에 맞추고, 가오슝의 지하철과 라이트 레일을 같은 그림 안에 겹쳤다. 이 선택 자체도 내가 가오슝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가오슝은 하나의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도시라기보다, 여러 축이 교차하며 형성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던 중, 나는 한 장면에서 잠시 멈춰 섰다. 겹침이 완성되자 가오슝 지하철의 북쪽 노선은 지도 가장자리에서 조금 잘려 나가 있었다. 반면 왼쪽 아래 모서리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큰 공백이 나타났다.

그 공백에는 어떤 설명도 붙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정직했다. 그곳은 가오슝이 해안을 따라 발전해 온 도 시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지하철 노선도가 바다를 향해 계속 뻗어 나갈 수는 없다. 도시의 경계는 애초에 그 곳에서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 구조를 본 뒤 다시 교토를 바라보자, 교토의 집중성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교토의 도시 활동은 오랜 시간 비교 적 압축된 범위 안에 담겨 왔다. 생활 기능, 학교, 사찰, 시가지는 서로 지나치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채 배치되어 있다.

이 가오슝의 겹침 그림은 단지 많은 사람의 기대에 응답한 결과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도시가 공간 위에서 각 각 무엇을 선택해 왔는지를 비교적 정직한 형태로 보여 준 첫 번째 그림이기도 했다.

타이중은 셋 중에서 가장 오래 망설인 그림이었다.

타이베이가 직감에서 출발한 것이고, 가오슝이 사람들의 반응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타이중은 몇 번이고 다 시 생각한 끝에야 비로소 손을 댈 수 있었던 그림이었다. 내가 정말로 막혔던 지점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바로 “타이중의 중심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図3 台中MRT路線図を京都のベースマップ上に重ねた図
그림 3 타이중 MRT 노선도를 교토의 베이스맵 위에 겹친 그림

교통 인프라의 관점에서 보면 가오톄 타이중역은 매우 설득력 있는 기준점이다. 그곳은 지하철 그린라인의 종점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타이중에 들어오고 나가는 첫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서를 그 위치에 놓을 때마다 어딘가 맞 지 않는다는 느낌이 남았다. 타이중의 거리 구조는 지하철을 축으로 확장되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구, 구시가지, 주요 간선도로, 상업 활동의 중심은 오랜 시간 타이중역을 핵심으로 삼아 천천히 바깥으로 확장되어 왔 다. 지도를 바라보면 타이중의 도로망은 방사형과 격자가 교차하는 뚜렷한 형태를 보여 준다. 그곳에는 “먼저 거리가 있고, 그 뒤에 교통수단이 나타나는” 도시의 리듬이 있다.

지하철 그린라인은 이후에 발전한 여러 결절점을 이어 주는 역할에 가깝다. 원래의 생활 중심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은 아
니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나는 결국 타이중역을 기준점으로 선택했다. 그것은 단지 낭만적이어서도, 오래된 장소이기 때문 도 아니었다. 그곳에 맞추었을 때, 도시 안에 쌓여 온 시간의 감각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중역과 교토역을 겹치고, 같은 축척으로 한 장의 지도 위에 올려놓았을 때,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더 이상 지하철 노 선의 위치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도시가 어떻게 조직되어 왔는지에 대한 흔적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비는 교토의 공간 논리를 한층 더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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